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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 [라] Epistola ad Hebraeos [영] Epistle to the Hebrews

  1. 명칭과 독자 : 히브리서라는 명칭은 200년경부터 사용되어 왔다. 우리는 누가, 또 무슨 이유로 이 명칭을 붙였는지 정확히 모른다. 아마 누군가가 신약의 편지들을 집성할 때에 붙인 것 같다. 즉 이 책은 구약성경을 많이 인용할 뿐 아니라 제관, 성전, 제사 등 유태인들의 예배를 매우 상세하게 묘사한다. 이로 미루어 신약의 편지들을 집성한 사람이 이 책의 독자들은 팔레스티나, 특히 예루살렘에 살던 유대계 신자들이었으리라 생각하고 이 명칭을 부여한 것 같다. 그런데 히브리서를 분석해보면 그 독자들은 유대계 신자들, 즉 히브리인들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초대 교회의 신자들은 갈라디아서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체로 구약성경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고, 유대 예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참조 갈라 4:9, 5:1). 게다가 저자는 ‘유태인’이나 ‘이스라엘인’이라는 칭호를 한 번도 사용치 않을 뿐 아니라 유태인과 이방인 사이의 대립 현상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또 유태인들이 중시하는 할례에 관해서도 침묵을 지킨다. 저자의 주된 관심은 독자들이 신앙의 초보적 단계를 벗어나 성숙한 생활을 영위하고(6:1-12) 하느님과 일치하여 그들이 받은 소명을 잘 보존하며(3:14) 계속 발전시키는 데에 있다(2:3 · 4, 3:1, 4:14). 이러한 몇 가지 사실과 로마의 글레멘스(96년 경)가 히브리서를 인용하는 점(1글레멘스 17:1, 36:2-5) 등을 근거로 대부분의 현대 주석가들은 이 책의 독자들을 로마나 이탈리아의 어느 지방에 살던 공동체로 본다.

  2. 저자 : 동방교회, 특히 이집트에서는 판테누스(180년 경), 알렉산드리아의 글레멘스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히브리서의 저자를 바울로로 간주하였다. 반면에 서방교회는 350∼400년에 이르러서야 동방교회의 영향을 받아 이 책을 바울로의 저서로 인정하고 경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예로니모와 아우구스티노 및 루터는 계속 바울로의 저서임을 의심하거나 부인하였다. 히브리서는 사실 여러 면에서 바울로의 편지들과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사상적인 유사점을 보면,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한 속죄와 새 계약의 체결, 비천해짐으로써 영광을 누리신 예수(2:14-17, 필립 2:6-11), 옛 율법의 폐기 및 효력상실(7:11-19, 10:1-10, 갈라 3:21-25, 로마 4:15, 5-20) 등이다. 그 외에 ‘차움’, ‘신앙고백’ 등 바울로의 전용 단어가 65개나 되며, 마지막 인사(13:19, 22-25)가 전형적인 바울로식 인사다. 그러나 책 전체의 언어, 문체, 사상 등은 바울로의 것과 차이점이 많다. 바울로의 편지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단어가 124개나 되며, 거의 정확히 70인 그리스 번역본을 인용하는 것도 바울로와 틀린다. 바울로의 문체는 열정적이고 변칙적인데 비해 히브리서의 저자는 차분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특히 히브리서는 바울로가 전혀 언급조차 않는 그리스도의 대제관직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자주 ‘제관’, ‘대제관’, ‘제관직’이라는 표현을 쓴다. 결국 히브리서의 저자는 바울로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학자들은 바울로와 직접 간접으로 친분이 있는 루가, 실라, 바르나바, 글레멘스, 아폴로 등을 저자로 내세우지만 모두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오직 확실한 사실은 히브리서가 그리스와 유다 및 영지주의적 특성을 지닌 것으로 보아 그 저자는 팔레스티나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3. 집필시기와 장소 : 히브리서의 집필시기는 빨라도 바울로시대(60년대) 이후이며 늦어도 글레멘스 1서가 씌어진 96년 이전이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이 성전 예식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보아 성전이 파괴된 70년 이전이라고 주장하지만 구약성경에도 성전과 그 예식에 관한 보도가 많기 때문에 이것을 연대 측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 보다는 책의 내용이 저자를 사도들의 제자 시대의 인물로 암시하기 때문에(2:3) 집필 시기를 80년에서 90년 사이로 보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집필 장소로는 로마, 이집트, 에페소, 안티오키아 등이 대두되지만 확증할 만한 아무런 단서가 없다.

  4. 문학적 특성과 구조 : 우리는 히브리서를 편지라고 하지만 실제로 편지 형식으로 된 부분은 13:19 · 22-25 뿐이다. 그 밖에는 서론(1:1-4)부터 시작하여 책 전체가 설교체로 되어 있어(2:5, 5:11, 6:4-9) 우리는 히브리서를 글로 씌어진 설교라고 부를 수 있다. 편지형식의 결문은 저자 또는 후대의 편집자가 덧붙였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사용된 언어나 문체 및 구조 등은 대단히 세련되었으며 사상과 조화를 이룬다. 히브리서는 문학적 관점에서 보아 신약성경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다. 히브리서는 매우 조직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음은 틀림없으나 저자 특유의 논리로 전개되기 때문에 그 구조 설정이 간단하지 않다.

  학자들이 제시하는 구조 중에 대표적인 두 가지를 열거하면, 첫째 안(Nauck)은 이 책을 세 항목으로 나눈다. 각 항목의 앞뒤에는 해당 부분과 연관되는 훈화가 들어 있다. ①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느님의 말씀(1:1-4:13), ② 대제관이신 예수 그리스도(4:14-10:31), ③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그리스도인의 생활(10:32-13:25).

  두 번째 안에 의하면, 이 책은 서론(1:1-4)과 결론(13:20-25) 외에 다섯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항목은 댓귀 교차법, 주제 예고, 특징적인 단어 · 문장 · 문학 유형 · 고리어 등으로 서로 밀접히 연결되면서 전체가 매우 조직적으로 짜여져 있다. ① 그리스도의 이름(1:5-2:18), ② 하느님께 신뢰받고 인간을 동정하는 대제관(3:1-5:10), ③ 멜키세덱의 본을 따른 대제관이며 구원의 원천인 그리스도(5:11-10:39), ④ 신앙과 인내(11:1-12:13), ⑤ 의화의 열매(12:14-13:18).

  5. 주제 : 히브리서의 주제는 그리스도의 대제관직, 구약과 신약의 일치 및 지상에서의 신자 생활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히브리서는 신약성경 중에서 인류 구원을 예식적인 드라마로 제시하면서 그리스도의 제관직을 주제로 삼은 유일한 책이다. 저자는 그리스도의 제관직을 두 가지 방향으로 제시한다. 첫째로, 그리스도는 아론과 같이 사람들 가운데서 뽑혀서 사람들을 위하여 하느님을 섬기는(5:1) 참된 제관이시다. 그분은 만물을 만드신 주님이시고 천사들보다 더 높은 하느님의 아들이면서(1:4-14) 모든 점에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다. 그것은 그분이 시험을 받으시고 고난을 당하심으로써 시련을 겪는 모든 사람들을 도와주시고 그들의 잘못을 속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그분은 하느님께 충실하고 인간에게 자비로우신 대제관, 곧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재자가 되셨다. 둘째로, 그리스도는 레위 계통의 제관들과는 틀리는 영원하고 완전한 대제관이시다. 그분은 거룩하고 순결하고 흠도 죄도 없는 당신 자신을 속죄제물로 바치심으로써 사람들이 저지른 죄를 용서받게 하시고 그들의 양심을 깨끗하게 씻으셨다. 사람들은 그분이 드린 제사의 힘(9:28)으로 하느님과 새로운 계약을 맺고 영원한 구원의 상속자가 되었다. 그분은 멜기세덱의 본을 따른 영원하고 완전한 대제관이시다(6:20, 7:28).

  ② 히브리서는 구약성경을 토대로 그리스도론을 전개한 첫 번째 작품이다. 저자는 구약성경을 자기논증의 보조 자료로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신분과 직무를 계시하는 신앙의 원천으로 사용한다. 그는 구약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제시한다. 구약은 그리스도에게서 완성될 실체의 불완전한 상징이며 그림자에 불과하다(9:9, 8:5, 10:1). 그러면서 동시에 그리스도의 길을 준비하고 그분의 신비를 밝힌다. 신약은 구약에서 예시되고 약속된 바를 계승하고 완성시킨다.

  ③ 히브리서는 그리스도의 제관직을 설명하면서 그분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신앙인들의 생활 지침을 제시함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저자는 신자들의 생활을 대제관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천상 지성소로 들어가는 전례적인 순례 행렬(4:16, 12:22)을 보고 있다. 신자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에서 해방되고(9:26-10:14) 거룩하게 되어 천상 성소에서 찬미의 제사를 바치도록 초대받았다. 신자는 아직 타향인 이 지상에 살면서 영원한 대제관이 계시는(3:2-6, 10:21) 성부의 집(11:13)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길은 새로운 탈출의 길이요 신앙의 길이다. 그러므로 신자는 옛 이스라엘 백성과는 달리 계시된 하느님의 말씀을 굳게 믿고 따르며, 시련 중에 인내하고, 거룩하고 정결한 생활, 선행과 사랑의 실천으로 부르심에 맞갖은 완전한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그들의 이러한 생활이야말로 하느님이 기쁘게 받으시는 찬미의 제사가 될 것이다(13:15-16). (李洪基)

  [참고문헌] C.K. Barrett, The Eschatology of the Epistle to the Hebrews, The Background of the N.T. and its Eschatology, ed. W.D. Davies and D. Daube Cambridge, Eng. 1956 / A. Cody, Heavenly Santuary and Liturgy in the Epistle to the Hebrews, St. Meinrad, Ind, 1961 / A. Vanhoye, La Structure litteraire de l'epitre aux Hebreux, Bruges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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